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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7일
경상북도 경산코발트관산 수평2굴 앞 위령탑에서 열린 ‘제69주기 제20회 한국전쟁 전후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이신 이창희 선생이 ‘사모곡’으로 낭송하는 과정에서 유족이 오열!
통한의 세월을 해결해야 합니다.

님을 향한 사모곡

이창희

슬프도다 대원골의 산천초목들이여!
바람도 구름도 통곡하노니
억울하게 가신 님들의 절규가 생생하게 들려옵니다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불행을 앞두고 태어난 갓난아기
백일도 채 안된 갓난아들 울음소리
귓전 때려 어떻게 가셨나요?

구름 뚫고 하늘이 날아오를 스물 셋에
가냘픈 스물 하나 피지못한 꽃송이 뒤로 한 채
제 발로 재촉해서 갔던 것이
이세상 마지막 이별이 될 줄 이야!

인간사 고통 중에 이별이 으뜸인데
생이별이 웬말인가?
인생 한번 가면 두 번 다시 못 오는 걸
꿈도 희망도 피우지 못하고 송두리째 꺾어버려
슬픔과 통한을 안고 살아가게 한 살인마!
그 원흉들은 국민들의 존경받으며
편하게 누워있네!

그 옛날 시골 골목 동무들과 정답게 놀고 있을 때
빨갱이 자식하고 놀지 마라!
애미 없는 놈과 놀지 마라!
그네 엄마 목소리 아직도 생생하네!

아버지를 따르고 아들을 보살피는 그 모습
부러움과 그리움도 컸지만 원망도 겹쳐왔네!
책임도 못 지면서 사랑 한번 주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도 보여주지 않고
험한 세상 어떻게 살라고
한마디 말도 없이 꽃다운 청춘에 그리 바삐 가셨냐고

낯설고 생소한 아버지라는 세 글자
한번도 불려보지 못하였고
남은 생애 영원히 불러볼 수 없기에
슬프고 아픈 가슴 허공에 띄워보리!

이별이 원수로다
오누이 배고플까 갖은 품일 마다않고
자식 하나 교육 위해 당신 건강 팽개치고
눈물로 지새운 밤 한숨으로 날래네
그 모습 봐왔기에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는 마음 괴롭기만 합니다

감시하고 있으니 행동거지 조심해라
빨갱이 자식이라 공부해도 취직 못한다.
이장님의 그 말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청운의 꿈을 안고 나홀로 상경했네
연좌제의 올가미에 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그 말씀을 실감하며 눈물을 삼키었네!

삶을 비관, 우울증에 음독자살 시도하니
죽음마저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네
유년시절 슬픈기억 고향찾아 되새기며
사망소식 듣지 못해 유수수습 못했으니
돌아올 날 기다리며
이산가족 찾는 방송 눈여겨 보았건만
무소식에 마음 달래야만 하였네!

무엇이 알고 싶냐 조사위원 그 말씀에
생사확인 하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돌아가신 제 날짜에 제사 한번 올리고 싶다.
두렵고 떨리는 가슴으로
한방울 이슬처럼 억울하게 가신 곳을 알고 싶다하니
경찰관에게 학살된 것만 기록하고
나머지 모두가 미기록이라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요?

재량으로 적대세력을 즉결처분하고
임진격살의 권한을 부여받고
무소불위의 그 시대에
님의 인명 빼앗고서 흔적없이 지워버린
파렴치한 작태에 비분강개하노라!

총부리 앞에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사랑하는 가족과 갓난 아들의 모습을 그리며
두손 꽁꽁 묶인 채로 떨고 있었을 그날
절박한 순간의 심정을 생각하니
원망했던 것이 죄스럽고 불효에 후회하니
너무나 가슴아프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아흔 넘긴 노모께서 눈물로 옷깃을 적시며
평생 가슴에 묻어두었던 님에 대해 말씀하시네
꿈 속에 님의 행색 너무나도 나물하니 옷 한 벌 태워주라고
서로에게 상처될까 물어보지도 말하지도 않았건만
피멍으로 뭉친 가슴 울분으로 토해내네

비방하고 매도하고 결명하는
빨갱이라는 더러운 꼬리표를 달아놓고
짐승만도 못한 존재 도덕적 파판난 비인간적 존재
국민과 민족을 배신한 존재라며
온국민의 머리 속에 각인시켜 놓고
극심한 이념대립의 희생양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반인륜적인 중상모략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한 자들이여, 일어나라!
그대들이 저지른 광란의 짓거리에
씻지 못할 상처입고 억울함에 울부짖은 이 모습을 지켜보라!

분하고 원통한 가슴 안고 죄인처럼 살아왔지만
진실이 규명된 후 또다른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 유족들에겐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슬픈 아픔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 대다수는 아직 “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
죽을 만 하니 죽였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논리로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 부정하는 정치인들이여!
현실을 직시하고 눈을 크게 떠보아라!
유족 여러분!
아파하지 맙시다. 미워하지 맙시다.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
관심을 주십시오, 따뜻한 손길을 주십시오.

무덤도 없는 원혼이여!
천년을 두고 울러주리라.
조국산천도 고발하고
푸른 별도 증언하리.
님이시여!
부디 편히 영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