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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제70주기
서산 합동추모제
2020.07.10
서산시 문화회관
이애리 선생의 진혼무
.........
몸짓

이창수

말 문이 막힌 곳에서
몸짓이 시작된다
눈 길이 보이지 않는 그 때에
그대 발끝이 살짝 들렸다

장벽 너머
진실을, 원한의 혼백을
몸을 움직여
한 치 높이의 깍지 발을 하면
느낄 수 있는데

거기에 그대들의
아버지가, 한 많은 세월이
검붉게 겁먹은
입술과
치를 떨던
맑고 검은 눈물로 사라지던
역사에서 버려진 민중들이.

말 막힌 곳
눈 길 보내지 않은
오늘

우리는
유족들은 몸짓으로 그리고 발가락 끝에
온 힘을 주어
아버지를 본다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두 팔을 허공으로 좌악 펴서
균형을 맞추며
바람에 흔들리는 하늘을 본다

아!
아버지가 담았던 겁먹던 왼쪽 눈과
치를 떨던 오른쪽 눈이 보인다.

나는 그 아버지의 자식이다.
딸이고 아들이다.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말하는 자가
유족이다.
육안이 아니라 발끝으로 역사를 살아 내는
그대들이 우리다.

2020.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