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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윤길중 <SeeSaw> 사진전

일시 : 2021. 9. 1 ~ 9. 28
장소 : 스페이스22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번지 미진프라자빌딩 22층)
관람시간 : 오전 11시 ~ 오후 7시
(일, 월, 공휴일 휴관)
기획 : 석재현
후원 : 미진프라자

'보고 있음'과 '보았음' 사이의 인식현상

윤길중의 연작 <SeeSaw>는 본다는 행위 자체를 화두에 붙이고 있다. 한지에 인쇄된 대상들은 평범한 정물처럼 보이지만 여러 층위의 작가적 개입이 예술적 장치로서 잠복해 있다. 우선 사진 속에는 실재대상과 그것의 모형이 교묘히 혼재한다. 예를 들어 파프리카나 사과, 해바라기나 국화 중 어떤 것은 진짜이고 어떤 것은 모형이다. 일상적 인식은 보고, 느끼고, 맡고, 맛보고, 들어 보는 과정을 통해 획득된다. 만약 다른 감각이 배제된 채 오로지 시각정보에만 의존해야 한다면 진짜와 모형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물론 오감을 통한 경험 역시 너무나 불안전한 것이어서 아주 쉽게 우리를 기만한다.

실재와 모형의 혼재가 형태적 유사성으로 인해 시각적 혼란을 야기했다면 대상을 검게 태움으로써 형태와 색채 변형이라는 또 다른 개입이 이루어졌다. 프라이팬에 검게 타버린 생선이나 라면, 통마늘 혹은 석류 등과 같은 대상들은 검게 타버려 고유색을 상실했다. 형태의 고유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색채변형으로 부터의 영향이 적고, 시인성이 약한 대상일 경우 식별불능의 상태가 초래된다. 태움의 개입은 감상자의 시각적 인식에 혼란을 불러 일으키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대상의 본질적 속성을 드러내 주기도 한다.

작가가 감상자에게 던져주는 이러한 질문들은 또 다른 장치에 의해 강조된다. 이것은 작품 전체의 시각적 인상을 결정짓는 기법이기도 하다. 윤길중의 작품은 낱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일한 이미지를 두 장 출력하고 한 장의 특정 영역을 사각형태로 선택해 가로 혹은 세로로 일정한 너비의 촘촘한 띠처럼 정밀하게 절단한다. 그렇게 되면 사각영역 속의 이미지는 절단된 형태로 붙어 있게 된다.이제 다른 한 장의 사진에 동일한 영역을 선택하고 그 부분은 앞서 절단된 부분과 너비는 동일하지만 교차된 방향으로 자른다. 두 번째 이미지는 띠 형태로 분리되고 이것을 다시 씨실과 날실을 교차해 직조하듯 첫 번째 이미지에 엮는 방식으로 작품이 완성된다. 그 결과 작품의 이미지가 얼핏 모자이크나 작은 화소의 결합처럼 보이게 된다. 이렇게 실재 대상과 모형의 혼재, 그을린 물건들 그리고 이미지의 해체와 재결합을 통한 삼중적 구조가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화면 속 이미지에서 관찰된 대상이 부분적으로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다. 생각이 그런 질문에 다다를 개연성도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보고 있지만 실상은 보지 못하는 것, 보았지만 본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 보고 있는 것과 본 것 사이에 왜곡을 일으키는 수많은 요소들의 개입. 윤길중의 작업은 이미지가 지배하고 있는 우리 시대에 '보고 있음'과 '본 것' 사이에 발생되는 여러 인식현상에 대한 성찰과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결국 작품이 향하고 있는 화살의 끝은 감상자를 가리킨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본 것은 무엇인가?'

김석모(미술사학자) 비평글 발췌